디아블로는 원래 턴제였다: 기획서에서 실시간 전환까지

디아블로의 1994년 기획서에는 게임 전체가 턴제로 돌아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리드 프로그래머 David Brevik의 회고를 따라, 그 설계가 실시간으로 바뀐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게임 개발 비화 · 디아블로
마니또의 세이브 이야기 · 읽는 시간 약 6분
게임 전체가 턴제로 작동한다고 적힌 1994년 디아블로 기획서 1쪽

핵심 세 줄

01 1994년 콘도르의 디아블로 기획서는 게임 전체를 턴제로 설계했습니다.
02 Brevik은 블리자드가 권한 실시간 전환에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03 Brevik의 회고에 따르면 실시간 전환 작업은 금요일 오후에 시작해 그날 저녁에 끝났습니다.

Ⅰ 기획서에 적힌 턴제 디아블로

‘디아블로는 원래 턴제였다’는 이야기의 출발점은 1994년 콘도르(Condor, Inc.)가 작성한 기획서입니다. 게임 개요에는 다음 문장이 있습니다.

“게임 전체가 턴제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 1994년 디아블로 기획서, 번역
1994년 디아블로 기획서의 게임 개요
archive.org diablo_pitch / Condor, Inc.

기획서의 전투 설명은 플레이어가 움직인 뒤 상대가 움직이는 차례제를 제시합니다. 캐릭터와 괴물마다 행동 점수가 있어 한 턴에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지는 설계였습니다. 전사가 해골과 마주치는 예시도 실려 있습니다.

턴 단위 전투와 전사 대 해골의 예시가 실린 디아블로 기획서 4쪽
차례제 전투와 행동 점수를 설명하는 기획서 4쪽
archive.org diablo_pitch / Condor, Inc.

이 설명은 어디까지나 기획서 단계의 설계입니다. 완성작의 전투 규칙을 설명하는 자료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Brevik은 디아블로가 로그(Rogue)와 앵밴드(Angband) 같은 턴제 게임에 바탕을 두었다고 설명합니다. 턴제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기획서뿐 아니라 개발자의 회고에서도 확인됩니다.

Ⅱ 실시간을 권한 블리자드, 반대한 Brevik

Brevik의 설명에 따르면, 워크래프트로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성공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도 실시간으로 만들자고 권했습니다. 당시 디아블로 개발사는 콘도르였습니다.

디아블로의 리드 프로그래머였던 Brevik은 이 제안에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한 턴의 선택을 오래 고민하는 긴장감이었습니다. 그가 즐기던 영구 죽음이 있는 턴제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죽기 직전, 다음 행동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긴장감을 잃고 싶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영구 죽음은 Brevik이 즐기던 게임의 경험을 가리킵니다. 디아블로 개발 빌드에 그 기능이 있었다는 설명으로 옮겨서는 안 됩니다.

결국 콘도르 개발팀은 회사 부엌에 모여 투표했습니다. Brevik을 포함한 반대파는 소수였고, 그는 투표에서 크게 졌다고 회고합니다.

Ⅲ 금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Brevik에 따르면, 금요일에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그는 오후부터 실시간 전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전환을 끝냈습니다.

그가 설명한 이유는 기존 턴제 구조에 있었습니다. 행동마다 걸리는 턴 수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턴이 계속 돌아가도록 바꿨다는 설명입니다. GDC 강연에서 그는 턴을 ‘1초에 스무 번쯤’ 돌아가게 했다고 말합니다.

이 수치는 본인의 어림입니다. 정확히 초당 20회였다고 확정하거나, 코드 한 줄만 바꿨다고 확대할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이 회고가 말하는 완료는 실시간 전환 작업의 완료입니다. 디아블로 전체 개발이 그날 끝났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월요일 아침 팀이 출근했을 때에는 게임이 이미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금요일 저녁의 전환 결과를 팀이 확인한 대목입니다.

Ⅳ 해골을 클릭한 첫 실시간 플레이

Brevik이 처음 실시간으로 돌려 본 장면은 전사와 해골의 전투였습니다. 화면의 해골을 클릭하자 전사가 걸어가 해골을 부쉈고, 그는 그 경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회고합니다.

기획서에도 해골과 싸우는 예시가 있지만, 그것과 첫 실시간 플레이를 하나의 연속된 사건으로 연결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나는 설계 문서의 예시이고, 다른 하나는 Brevik이 기억하는 전환 직후의 플레이입니다.

Brevik은 이 순간을 액션 RPG가 태어난 때라고 부릅니다. 이 표현은 그가 자신의 경험에 붙인 평가로 읽어야 합니다.

같이 읽기

출처와 읽을 때의 주의점

기획서의 문구와 개발자의 회고는 성격이 다른 자료입니다. 영상들은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되짚은 증언이며, 서로 독립된 개발자들의 증언은 아닙니다. 블리자드가 실시간을 권한 시점과 투표 반대 인원의 세부는 출처마다 달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GDC 자막에는 자동 자막의 오탈자가 있으므로, 세부 표현은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본문의 사실은 회차의 claims.md 카드에 한정했으며, 직접 인용은 한국어 번역임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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